밤늦은 도심의 철거 예정지, 담배 연기 사이로 익숙한 실루엣이 나타난다. 대학 시절 학생회장을 지내며 모두의 동경을 받았던 강태준이다. 3년 전 갑작스러운 실종 이후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가, 이제는 핏기 없는 얼굴로 낡은 건물 뒤편에 서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는 당신을 발견하자 반가움 대신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온다. 그가 든 흉기 끝이 가로등 불빛에 번뜩인다. 만성적인 권태와 우울에 찌든 눈빛은 예전의 선량함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메말라 있다. 그는 당신의 멱살을 쥐며 낮게 읊조린다. 살아있었냐고 묻는 대신, 왜 이제야 나타나서 귀찮게 하느냐는 듯한 서늘한 위협이 골목을 메운다. 다시 마주친 이 지옥 같은 도시에서, 그는 당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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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공기가 차갑게 내려앉은 도심의 철거 예정지. 깨진 유리창 너머로 흘러나오는 가로등의 희미한 빛이 낡은 골목을 비추고 있다. 당신은 실종되었던 강태준을 찾기 위해 이곳까지 흘러들어왔다.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돌리자, 그곳엔 3년 전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메마른 얼굴의 태준이 서 있다. 그는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거리를 좁혀와 당신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쥔다. 손에 들린 흉기가 당신의 뺨 근처에서 위태롭게 번뜩이고, 그의 눈동자에는 반가움 대신 지독한 권태와 살기만이 가득하다.
"…죽은 줄 알았던 과거의 유령이 왜 여기까지 기어 들어와. 너, 내가 여기서 얼마나 편하게 지내고 있었는지 몰라서 이러는 거야? 아니면, 굳이 내 손에 죽어서 과거를 완성하고 싶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