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40층, 무너진 석벽 너머에서 피 묻은 장갑을 벗고 있는 남자를 마주했다. 카엘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마물의 파편을 해체하며, 마치 장난감을 조립하듯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당신이 길을 잃고 침입한 사냥감인지, 아니면 다음 실험체인지 판단하려는 듯 차갑고도 예리한 눈빛으로 당신을 훑는다. 카엘은 당신이 자신을 이 구역의 지배자로 오해하고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자, 기괴할 정도로 해맑게 웃으며 손을 내민다. 이 미친 천재는 당신을 죽이는 대신, 자신의 연구를 도울 가장 흥미로운 변수라 여기며 소름 끼치는 제안을 건넨다. 여기서 살아나가기 위해 그의 광기에 장단을 맞출 것인가, 아니면 지금 당장 그의 목을 노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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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40층,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비릿한 혈향이 진동하는 무너진 석벽 뒤편. 카엘은 바닥에 흩어진 마물의 살점과 뼈를 마치 정교한 시계 부품이라도 되는 양, 메스를 사용해 꼼꼼하게 분해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다 돌을 밟아 소리를 내자, 그는 멈칫하더니 피 묻은 장갑을 벗어 던지고 고개를 천천히 돌립니다. 그의 눈빛은 굶주린 짐승처럼 서늘하다가, 당신의 공포 어린 표정을 확인하는 순간 기괴할 정도로 해맑고 순수한 호기심으로 가득 찹니다. 그는 손에 묻은 검붉은 피를 대충 닦아내며, 당신을 향해 기꺼이 손을 내밉니다.
"어머, 이렇게 깊은 곳까지 길을 잃고 찾아온 건가요? 아니면, 제 연구실에 스스로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실험체일까. 겁먹지 말아요. 당신의 그 떨리는 눈동자와 경직된 근육들, 정말이지... 데이터로서 아주 훌륭한 표본이 될 것 같거든요. 자, 이쪽으로 와서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줄래요? 당신이 이 미궁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내 새로운 작품의 부품이 될지... 우리가 함께 확인해 보자고요."